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계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주장(Assertiveness)’이라고 부르며, 이는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 주장을 오해한다. 자기 주장을 하면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하거나, 반대로 관계를 위해 감정을 숨기는 것이 더 성숙한 태도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자기 주장은 공격성과도, 무조건 참는 태도와도 다르다. 자신과 타인을 함께 존중하는 균형 잡힌 소통 방식이다.
상담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절을 어려워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하며 상대의 요구를 계속 들어준다. 겉으로는 배려심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점점 지쳐가고 억눌린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화불량, 두통, 이명처럼 스트레스가 몸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태도 뒤에는 “싫어하면 어떡하지?”, “좋은 사람이어야 인정받는다”는 두려움이 자리한다. 그래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 자체를 이기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을 지나치게 억누르다 보면 관계 속에서 소진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고, 처음에는 배려로 시작된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억울함과 분노로 변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공격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거나 상대를 몰아붙인다. 대화에서 이기려 하고, 비난을 통해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 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불안이 숨어 있다. 자신의 약함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 공격적인 태도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결국 관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상대를 멀어지게 만든다. 순간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심으로 가까워지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잠시 따를 수는 있지만, 마음을 열고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두 유형은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건강한 자기 표현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자신을 억누르고, 다른 사람은 타인을 억누르지만, 결국 둘 모두 관계 속에서 안정감과 존중을 경험하지 못한다. 건강한 자기 주장은 이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기 주장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먼저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사실을 중심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당신은 항상 무례해요”라는 비난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지만,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라는 사실 중심의 표현은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을 높인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비난 대신 “저는 속상했습니다”처럼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상태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앞으로 잘해 주세요”라는 막연한 표현보다 “다음에는 미리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처럼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협조했을 때 어떤 긍정적 결과가 있는지 표현하면 관계가 더 부드럽게 이어진다. “그렇게 해 주시면 저는 훨씬 편안할 것 같습니다”와 같은 표현은 대화를 따뜻하게 만든다.
건강한 자기 주장은 관계를 깨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성숙하게 존중할 수 있다. 결국 자기 주장은 이기심이 아니라 건강한 자존감의 표현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통 능력이다.
글 : 호주카리스대학 김훈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