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하나님 자리를 넘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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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출애굽기 20:3

놀라지 말자. 언젠가 인공지능을 신봉하고 따르는 ‘AI 종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AI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인생의 답과 구원을 기대하며, 그 앞에 자신의 선택을 맡기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이미 그 징후는 시작되었다.

2026년 1월, 일론 머스크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AI가 올해 말, 늦어도 내년까지 어떤 한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으며, 2030년이나 2031년에는 인류 전체의 집단 지능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이것은 확정된 사실도,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일정도 아니다. 그 시점이 맞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망이 더 이상 먼 공상과학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I는 이미 성경과 신학, 교회사와 신앙생활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몇 초 만에 답한다. 때로는 유명한 신학자들의 글과 견해까지 깔끔하게 찾아 정리해 준다. 물론 여전히 틀린 내용과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사실처럼 말한다. 그것을 발견할 때 오히려 안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AI의 대답은 빠르고 그럴듯하다.

하나님께 묻고, 목회자와 상담하고, 성도들과 함께 고민하던 삶의 방식도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다. 나 역시 그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성경책이나 서가보다 먼저 휴대전화를 열고, 사람에게 전화하기 전에 AI에게 질문할 때가 있다. 편리함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습관은 자신도 모르게 의존이 된다.

2026년 Barn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앙생활을 실천하는 기독교인 가운데 48%가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AI를 신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약 3분의 1은 최근 한 달 동안 영적 조언이나 성경과 관련된 질문을 AI에게 해 보았다. 그런데 성도들에게 AI 사용을 지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목회자는 12%뿐이었다. 성도들의 삶은 이미 AI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교회는 아직 그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셈이다.

AI 종교는 거대한 예배당을 짓고 교리를 출판한 뒤에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먼저 누구에게 묻는지, 마지막으로 누구의 말을 신뢰하는지, 중요한 결정을 누구에게 맡기는 지에서 시작된다. AI가 내 삶의 최종 해석자와 판단자가 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도구의 자리를 넘어선다.

그렇다고 AI를 하나님의 전지성과 비교할 수는 없다. AI는 수많은 자료를 학습하고 확률에 따라 가장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 낸다. 과거의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진리를 진리로 깨닫거나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아신다는 것은 우주에서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계신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며, 사람의 중심을 보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우리를 사랑하고 부르시고 심판하고 구원하시는 분이다.

AI는 밤낮없이 대답한다. 그래서 시편의 표현을 빌려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24시간 작동한다고 해서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하나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원이 끊기고 서버가 멈추면 AI도 침묵한다.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접속과 신실한 사랑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AI는 계속 응답할 수 있지만, 우리와 언약을 맺고 끝까지 책임지는 존재는 아니다.

집 안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는 이미 방의 구조와 가구의 위치를 기억한다. 여기에 텔레비전과 냉장고, 자동차와 스마트워치, 휴대전화의 정보가 연결되면 AI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의 생활 습관을 더 잘 예측할 수도 있다. 무엇을 먹고, 어디에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 지까지 파악할 것이다. 문제는 AI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그 지식을 가진 AI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넘겨줄 것인가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모든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2026년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내슈빌과 온라인에서 열리는 ‘AI & Church Summit’도 주제를 ‘Human Agency’, 곧 인간의 주체성과 책임으로 정했다. 이제 교회의 질문은 “AI를 사용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검증하며, 누가 책임지고,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교회가 AI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수천 년 동안 쌓여 온 성경 해석과 신학, 신앙 공동체의 지혜는 AI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I의 대답을 분별하고 검증하기 위해 더욱 필요하다. 교회는 설교와 교육, 상담과 개인정보 관리에서 AI를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목회자는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에도 말씀 앞에서 직접 씨름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져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AI를 사용하되 마지막 말을 맡기지 말자. AI의 대답을 성경과 기도,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다시 살피자. 자녀들에게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AI의 말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믿음도 가르치자. 인간이 AI의 주도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되, 인간의 최종 권위는 반드시 하나님께 두어야 한다.

AI 종교의 카운트다운이 이미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AI가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도록 허락할 것인지는 오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AI를 두려워하여 도망치지도 말고, 그 능력에 취해 무릎 꿇지도 말자. 기술은 사용하되 예배하지 말자. AI에게 질문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믿음과 미래와 영혼의 마지막 말은 하나님께 맡기자.

“주님, AI의 능력 앞에서 우리의 영혼을 지켜 주소서. 빠른 대답보다 주님의 진리를, 편리함보다 거룩함을, 기술의 약속보다 십자가의 복음을 붙들게 하소서. 우리와 다음 세대가 AI를 지혜롭게 다스리되 그 앞에 무릎 꿇지 않게 하시고, 어떤 시대가 와도 오직 하나님만 믿고 예배하게 하소서.”

글 : 김도윤
골드코스트 이민가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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