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 갈라디아서 5:25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워치부터 확인한다. 밤새 심박수는 안정적이었는지, 수면은 충분했는지, 스트레스와 회복 상태는 어떤지를 작은 시계가 알려준다. 몸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회복 점수가 낮게 나오기도 한다.
스마트워치는 정직하다. “오늘 운동하려고 했는데…”라는 마음은 기록하지 않는다. 실제로 몇 걸음을 걸었는지, 심박수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몇 시간 잤는지를 기록한다. 결국 내가 먹고, 움직이고, 쉬어 온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몸의 상태는 매일 확인하면서도 영혼의 상태는 얼마나 자주 살피고 있는가? 영혼도 스스로 느끼는 상태와 실제 상태가 다를 수 있다.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사역하고, 성경과 신학에 관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영적으로 건강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한때 직분과 사역이 나의 영적 건강을 증명해 준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경력보다 더 정직한 것은 삶에서 맺히는 열매였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7절에서 “자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조롱을 받으실 분이 아니십니다.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라고 경고한다. 여기에서 ‘조롱하다’로 번역된 헬라어 ‘무크테리조’에는 코웃음을 치며 업신여긴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입으로는 성령을 따른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욕망과 거짓과 분노의 씨앗을 심는다면,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을 넘어 감히 하나님께 코웃음을 치며 업신여기는 것과 같다.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다. 무엇을 심었는지는 언젠가 반드시 열매로 드러난다.
바울은 육체의 욕망과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이 서로 적대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 안에서는 매일 영적 전쟁이 일어난다.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과 용서하라는 인도하심이 충돌한다. 정직해야 한다는 말씀과 조금만 감추면 된다는 유혹이 충돌한다.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과 귀찮으니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그 순간마다 내리는 선택이 나의 영적 건강을 만들어 간다.
그렇다면 자신의 영적 상태를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지난 일주일의 기록을 솔직하게 살펴보자. 스마트폰 사용 시간, 카드 사용 내역, 일정표와 메시지를 보면 내가 무엇에 시간과 돈과 감정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누구에게 날카로운 말을 했는가? 누구를 계속 정죄하고 있는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반복하는 습관은 무엇인가? 해야 할 선한 일을 알면서도 미루지는 않았는가? 이것들이 영혼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다.
성령님께 민감하다는 것은 신비한 음성을 듣는다는 뜻만이 아니다. 잘못이 떠올랐을 때 변명하지 않는 것, 거짓말하려는 순간 멈추는 것, 화가 날 때 즉시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 잘못했을 때 먼저 사과하는 것이 성령님께 민감하게 반응하는 삶이다. 성령님은 매일의 작고 구체적인 선택 속에서 우리를 인도하신다.
갈라디아서 5장 25절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하라”고 권면한다. 여기에서 ‘행한다’는 말에는 성령님과 발을 맞추어 계속 걸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스마트워치가 몸의 이상을 알려준다고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경고를 받은 뒤 쉬어야 할 때 쉬고,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며,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령님의 깨우침을 느끼는 것만으로 삶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깨달은 자리에서 실제로 순종해야 한다.
이번 한 주 동안 잠들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보자. 첫째, 오늘 성령님께서 말씀으로 양심을 일깨우실 때, 멈추어야 할 것을 멈추었는가? 둘째, 성령님께서 행하라고 마음을 움직이신 작은 선을 실제로 행했는가? 셋째, 오늘 나의 말과 행동에서 육체의 일과 성령의 열매 중 무엇이 더 많이 나타났는가? 대답을 휴대전화나 노트에 한 줄씩 기록해 보자. 일주일이 지나면 반복되는 영적 습관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사랑, 기쁨, 화평, 인내, 친절, 선함, 신실, 온유, 절제 가운데 지금 가장 부족한 열매 하나를 선택하자. 인내가 부족하다면 화난 메시지를 바로 보내지 말고 잠시 기도하자. 친절이 부족하다면 외로운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자. 절제가 부족하다면 끊어야 할 소비나 습관 하나를 오늘 실제로 중단하자.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를 위해 먼저 기도하자. 성령의 열매는 좋은 생각으로 맺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순종이 반복될 때 삶 속에 나타난다.
점검 결과가 좋지 않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영적 점검은 자신을 정죄하기 위한 검사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진단이다. 하나님께서는 돌같이 굳은 마음을 없애고 새 마음과 새 영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고 현재의 상태를 인정하며 다시 성령님을 선택하는 것이다.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나고, 실패했다면 다시 순종의 씨앗을 심자.
열매는 하루아침에 맺히지 않는다. 그래서 바울은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지쳐서 넘어지지 않으면 때가 되어 거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작은 정직과 절제, 친절과 용서는 가족과 공동체,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열매가 될 수 있다.
오늘 나의 영적 심박수는 어떠한가? 몸의 상태는 스마트워치로 확인하면서 성령님께서 보내시는 영혼의 경고는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밤 스마트워치의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자. “나는 오늘 육체에 무엇을 심었고, 성령에 무엇을 심었는가? 그리고 내일은 무엇을 심을 것인가?”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육체가 아니라 성령의 삶을 선택하자. 그리고 성령의 열매가 맺힐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 스마트워치는 몸의 상태를 측정하지만, 성령님께서는 우리의 굳은 마음을 새롭게 하고 삶을 변화시키신다.
몸은 스마트워치로 살피고, 영혼은 성령으로 새롭게 하자!
글 : 김도윤
골드코스트 이민가족교회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