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을 읽으며 많은 사람은 하나님을 ‘무서운 하나님’으로만 만납니다. 우리가 손끝으로 넘기는 몇 장의 페이지 사이에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노하기를 더디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긴 세월 동안 속이 썩고 뼈가 마르도록 인내하시며 기다리신 시간이 너무도 쉽게 생략됩니다.
우리는 노아의 홍수와 심판은 기억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에녹의 아들 므두셀라를 969년 동안 이 땅에 머물게 하시며 심판을 유보하셨던 사랑은 쉽게 지나칩니다.
나훔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판의 메시지입니다. 설득도, 호소도 없습니다. 700년 가까이 세력을 키워 온 앗수르 제국, 그중에서도 최소 300년 이상 세계를 호령했던 수도 니느웨의 멸망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그 심판 이전에 하나님은 이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최소 150여 년 전, 하나님은 선지자 요나를 물고기에게 삼키게 하시면서까지 니느웨에 보내셨습니다. 요나는 사흘 걸을 큰 성을 단 하루 만에 지나며 외쳤습니다. “40일이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지리라.” 어쩌면 그는 사람들이 알아듣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니느웨는 회개했습니다. 한 선지자의 마지못한 하루 외침은 온 백성의 회개로 번졌고, 마침내 왕의 명령으로 이어져 민족적인 회개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사람과 짐승까지 금식하고,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며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런데 나훔의 시대는 너무도 다릅니다. 그 사이에 어떤 삶을 살았기에 다시 심판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기가 지나가면 다시 예전 자리로 돌아갑니다. 위기는 지나갔지만 삶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본질적인 돌이킴이 없었던 것입니다.
문득 아이들이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떠오릅니다.
주인이 없는 동안 장난감들은 살아 움직이며 자신들만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앤디에게 새로운 장난감 버즈가 생깁니다. 자신을 진짜 우주전사라고 믿는 버즈는 장난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습니다. 오랫동안 리더였던 우디는 질투를 느끼고, 결국 우연한 사건으로 둘은 악동 시드의 손에 넘어갑니다.
시드는 장난감을 부수고 괴롭히는 아이였습니다. 그곳에서 우디와 버즈는 함께 고통받는 장난감들을 도우며 우정을 쌓습니다. 그러던 중 버즈는 TV 광고를 통해 자신이 우주전사가 아니라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큰 절망에 빠지지만, 곧 자신의 진짜 가치를 깨닫습니다. 자신은 앤디의 장난감일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존재다운 존재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은 결국 시드의 집을 탈출해 온 힘을 다해 앤디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주인의 장난감으로 살아갑니다.
저는 토이 스토리 안에서 복음의 한 단면을 봅니다. 니느웨가 요나 이후에도 우디와 버즈처럼 자신의 본래 정체성과 목적을 붙들고 하나님께 머물렀다면, 나훔서는 기록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인생 최고의 가치는 하나님께로 돌이켜 하나님의 자녀답게, 하나님께서 지으신 목적대로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나훔서의 심판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놀라운 약속을 남기십니다. 하나님께 피하는 자에게는 산성이 되어 주시겠다고 하시며, “유다야, 네 절기를 지키고 네 서원을 갚을지어다.”(나훔 1:15) 결국 예배의 자리로 돌아오라는 초청입니다.
장난감들이 주인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자기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지 못하면 어느새 내 성을 쌓고 내 왕국을 세우느라 분주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님을 떠나 행복하도록 지음받은 존재가 아닙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창조되었고, 그 사랑 안에서만 참된 평안과 기쁨을 누리도록 지음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결국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값을 대신 치르시고,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요나 시대에 구원을 경험한 니느웨 사람들이 붙들어야 했던 삶도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그 관계 안에 머무는 삶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요나와 나훔의 사이를 살아갑니다. 아직 심판보다 은혜가 앞서고, 아직 기다림이 끝나지 않은 시간입니다. 깊은 은혜의 문은 깊은 회개입니다. 깊은 회개는 본질적인 돌이킴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하나님께 돌아가 그 사랑 안에 머무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글 : 골드코스트 열방교회
담임목사 이애경 0412 362 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