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한복음 13장 33절 ~ 35절
먼저 아래의 시편 62편 5절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천천히 읽어봅시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희망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
다윗이 이 시편을 기록할 당시의 상황은 결코 평안하지 않았습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과 잔인한 비난 속에서 마음은 분노와 억울함으로 들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흔들리는 자신의 영혼을 향해 명령합니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나의 유일한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세상의 기다림과 성도의 기다림
세상에는 다양한 기다림이 있습니다.
● 극심한 가뭄 속 단비를 갈망하는 ‘갈민(渴民)’의 기다림이 있습니다,
● 때를 기다리며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다림이 있습니다,
● 반면, 다윗의 아들 압살롬처럼 복수를 위해 오랜 세월을 견디는 냉혹하고 악한 ‘보복의 기다림’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의 기다림은 체념도, 야망을 위한 기회주의도, 보복을 위한 인내도 아닙니다. 주님께서 주신 언약을 가슴에 품고, 그 말씀대로 삶의 현장을 묵묵히 살아내는 거룩한 기다림입니다.
영화 《국제시장》과 아버지의 유언
이 거룩한 기다림을 가장 깊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영화 《국제시장》입니다. 흥남부두 철수작전의 혼란 속에서 넷째 막순이가 인파에 휩쓸려 사라지자,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해 배에서 다시 내려가며 맏아들 덕수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깁니다.
“덕수야, 이제부터 네가 가장이다. 엄마와 동생들을 지켜라. 부산 국제시장의 ‘꽃분이네’로 가 있어라. 아버지가 곧 따라갈게.”
아버지가 남긴 말은 두 가지였습니다. 가족을 지키라는 사명, 그리고 다시 만날 약속의 장소 ‘꽃분이네’.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덕수는 그 말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았습니다.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서독의 지하 막장 광부로 들어가고, 여동생의 혼수를 위해 총탄이 빗발치는 베트남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총상을 입어 평생 다리를 저는 장애를 안고 돌아왔지만, 그는 가족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된 덕수는 아버지의 낡은 사진 앞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참 힘들었십니다… 아버지, 너무 보고 싶었십니다.”
이 만남은 심판이 아니라, 약속을 지킨 아들과 그 수고를 아는 아버지의 감격적인 포옹입니다.
예수님의 고별 유언: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
요한복음 13장 33절 이하의 말씀은 십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신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고별 유언입니다.
“어린 자녀들아, 내가 아직 잠시 너희와 함께 있겠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지금 올 수 없다… 이제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
주님이 떠나시며 남기신 단 하나의 명령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였습니다.
우리가 가정·일터·교회에서 갈등하는 이유는 “내가 이만큼 했는데 왜 너는…”이라는 인간적 계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은 조건에 반응하는 사랑이 아닙니다. 철없는 여동생을 끝까지 품어준 덕수처럼, 예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신 십자가의 긍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꽃분이네’를 열어두는 성도의 삶
35절에서 예수님은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사람들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화려한 건물이나 직분을 보지 않으십니다. 험한 세상 속에서도 주님의 유언을 붙들고, 삶의 자리에서 사랑의 문을 열어두고 살아낸 사람을 보시며 “여기 내 제자가 있었구나” 하실 것입니다.
성도의 기다림은 두려움의 기다림이 아닙니다. 말씀을 지키느라 다치고 절뚝거리며,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내 꿈을 접어본 흔적을 안고 주님을 만나는 감격의 재회입니다.
“주님, 말씀대로 사랑하며 사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주님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착하고 충성된 종아” 하고 안아주실 것입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품기 힘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내 마음에 품고 끝까지 서로 사랑하며 주님 다시 오실 날을 사모하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글 : 윤명훈
골드코스트 비전장로교회






